선생님의 정년 퇴임을 다녀와서(2006.02)
퇴임식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선생님을 뵙겠다는 일념으로 갖은 난관을 뚫고 결정을 하고선 기차표를 친구의 도움으로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8시경에 일어나는데 5시에 일어나야 차를 탈 수 있으니 전날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선생님을 뵐 수 있다는 기쁨도 있지만 만약 늦어서 기차를 놓히면 친구들과 같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압박감으로 더욱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말이 다섯시이지 일(?)이 바빠서 이 시간에 퇴근할 때도 많습니다.
무사히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같이 가기러 한 친구와 만나 코피를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시간이 잘 갑니다. 대구에 도착하여 같이 참석하기로 한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일이 너무 바빠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으니 선생님께 말씀을 잘 좀 전해달라고 합니다. '아 이 친구야, 난 자네도 보고 싶어 왔는데.........' 사정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 싶어 학교에 도착하여 퇴임식 현장에 도착하니 시간이 일러서 퇴임식은 아직 열리지 않고 교장실을 물어서 찾아가는 중에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운동장까지 나오셨더군요. 선생님도 제자들이 무척이나 반가우셨던 모양입니다. 교장실에 들어가 오신 손님들 소개를 받아 인사를 하고 사모님도 뵙고 친구는 사진을 몇 장 찍는데 오신 손님들 모두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보여서 제가 농담을 좀 했습니다. "선생님요, 저희들 가르치실 때 참으로 무서우셨는데 이제는 할배가 되셔서 인자하신 모습이라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허허허 웃으시더군요.
그런데 못 온다고 하던 친구가 갑자기 온다고 연락이 와서 이제는 제가 버선발로 운동장으로 나가 영접을 했습니다. '아니 지가 먼저 와서 먼 데서 온 우리를 버선발로 맞아야지.........' 우얬거나 너무 반갑고 또한 선생님의 퇴임식에 한 사람이라도 더 참석하여 더 무게가 실리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퇴임식을 치르는 가운데 선생님의 퇴임사 차례가 오니 많은 내빈들과 교직원,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장 먼저 저희를 소개하십니다. 저희 셋을 일어나라고 하십니다. 일어나 모든 분들께 인사를 드렸지요. 선생님의 반가움이 얼마나 깊어셨으면 그렇게 제일 먼저 소개까지 하시면서 일어나도록까지 하셨을까 싶습니다. 퇴임식이 끝나고 선생님과 같이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니 고향을 떠날 때 남긴 인연의 끈이 다시 시작되는 듯 합니다. 참으로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72년도에 뵙고 이제 뵈니 그 젊으셨던 선생님이 그야말로 할배가 되어 계시고 너무도 훌륭하신 선생님, 너무도 유명한 분이 되어 계셨습니다. 못난 제자이지만 떠나올 때 남긴 인연의 끈이 다시 이어지니 저 또한 감개무량합니다.
선생님께 작은 편지를 하나 써서 넣어 드렸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선생님, 계셔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빕겠습니다. 키가 쪼만하던 어렸던 제자들이, 지금은 선생님보다 훌쩍 더 커버린 제자들이 선생님의 손을 부여잡고 작별인사를 여쭈니 선생님께선 굳이 점심을 먹고가라시는데 오신 손님들로 인해 바쁘실 터라 선생님의 말씀을 뒤로 하고 나오려니 봉투를 주시는데 愛弟子의 정을 더욱 듬뿍 느꼈습니다.
또한 선생님을 만난 기쁨 못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릴 적 뿔테안경 너머 반짝이는 눈망울을 가진 머리가 곱슬꼽쓸했던 그 친구를 어제 보니 허연 머리에 콧구멍을 굴뚝으로 만드는 동지애로 더욱 반가웠습니다. 다른 친구와의 약속과 그 친구의 바쁜 시간으로 긴 얘기를 하지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잠시 동안이지만 그 반가움의 여운을 다음을 기약하면서........
선생님의 소식과 근황을 알 수 있게 해준 친구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냥 살아도 무방하겠지만 이런 반가움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마음 든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