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스크랩] 지리산 산행기(1)

금강전자 2006. 10. 22. 16:37
 

여행은 떠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즐겁다.

그리고 돌아와야 한다.


이번에 친구들과 같이 지리산을 가기로 한 것은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여행이었습니다.


고속터미널에서 남원행 야간고속우등을 타게 되었습니다.

우등고속은 탈만 합니다. 앞, 뒤, 옆으로 모두 넓어서 편안하더군요.

돌아올 차표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였습니다.

 

 
(9월의 마지막 밤 22시20분 출발)


3시간 40분 걸려 남원에 도착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컵라면도 사먹으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성삼재로 미리 가서

어떤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습니다.

국립공원 산행 해금 시각은 04시입니다.


터미널 앞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4만원을 달라고 하는데 3만원만 하자니 미터기대로 하자고 합니다.

그러자고 했지요.

말없이 가다가 뜬금없이

“이상현씨를 아세요?” 기사에게 물었지요.

“48호차 기사 말씀하세요?” 이상현이를 아는 듯 했습니다.

“이상현이는 저와 군생활를 같이 한 전우입니다.”

남원이 고향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전에도 이 전우를 찾아서 이순신 꼬냑 한잔의 회포를 풀고 싶었는데

이상현이를 뜻밖에 아는 것 같아서 얼마나 반가운지.........

“남신교통 기사인데 바로 앞에서 승객을 태우고 떠났습니다.”

이제는 만나는구나 싶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남원에서는 어떤 음식이 가장 먹을 만합니까?”

“추어탕이지요.”

“어느 음식점이 맛있는 집입니까?”

“현식당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다른 덴 가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이러저런 얘기 끝에 요금을 깎으려고만 하는 사람한테는

미터기대로 가자고 해놓고선 빙 돌아서 가려다가

꼭 깎자는 의미가 아닌 걸 알고는 제대로 간다고 합니다.

여행은 이래서 사람을 겸손하게 만듭니다.


성삼재에 도착하니 요금은 거의 38,000원이 나왔으나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서 40,000원을 다 드렸습니다.


도착하니 시각은 02시 30분이 약간 넘었습니다.

한밤중의 산바람이 술술 부니 아직 추운 계절은 아니지만

오래 버티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짧은 여행의 촌각이 아깝고

04시까지 기다림은 저로서는 죄악입니다.

앞서 도착한 산꾼들이 먼저 개구멍을 찾아보고 있으면

무전을 치겠다고 하고선 밑으로 내려가더니 소식이 없습니다.

무전은 없었지만 아무런 얘기가 없는 것이 무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 설악산처럼 개구멍에 도전하였습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리리라.’

개구멍을 통과하여 없는 길을 만들어 오르다가 제길을 만나

노고단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헤드랜턴을 켜고 셋이서 오르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돈을 아꼈고 시간을 아꼈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 왜 이리도 재미있는지..........

한 시간 이상을 벌게 되었습니다.


출처 : 인연-1974
글쓴이 : 도곡서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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