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출근길 지하철에서

금강전자 2009. 12. 3. 13:26

이른 아침 복잡한 출근을 지나 약간은 한적한 때인

9시에서 10시경 출근을 합니다. 때로는 자가용을 끌기도 하고

때로는 지하철을 끌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든 다 재미있고

좋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근하다보면 그 시간은 덜 붐비는 시간이라

물건을 파는 사람이 수시로 장사를 하기도 하고 장애인이나

불우이웃이 도움을 호소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고 자신의 종교를

믿으면 천국에 이르고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얘기를 듣기도 합니다.


지난 11월 어느 날 첫추위가 찾아온 날입니다.

첫추위는 적응이 덜 된 상태이기 때문에 한겨울 추위보다도

더 춥게 느끼기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여러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장사하는 사람과 귀에 익은 도움을 달라는 목소리 등.


그런데 그날은 처음 듣는 어느 여자의 도와달라는 목소리를

옆에서 서서 책을 읽으면서 듣는데 글자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읽은 부분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뒷부분만 보였습니다.

트레이닝 바지 차림에 반팔티를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춥다고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있는데 뒤만 보이는 저 사람은

이 추위에 반팔이라니..........바지도 땀 배출이 잘 되도록 만들어져서

반대로 바람이 술술 잘 들어오는 트레이닝 차림이라니..........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장소에 어쩔 수 없이, 어떻게든 모진 목숨 연명하려고 나온 듯

반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도와달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울음이 너무도 애절하고 목소리는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반팔차림으로 도움을 달라는 그 사람의

옆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30대초나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애절한 목소리의 여인은 어떤 사연이 있기에 거리로 내몰려

사람들의 눈길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음을 삼키며 추위에 떨고 있을까?

손에는 작은 붉은색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있는데 그 장면이

익숙지 않게 보였습니다.


그 장면을 곁눈질하며 지켜보고 있자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뭔지? 여러 생각을 하다 목적지에 다다라

그냥 10,000짜리 지폐 하나 바구니에 놓고 내렸습니다.


지금까지도 내심 마음에 걸립니다.

왜 거리로 내몰렸는지,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등.


오늘 아침은 우중충한 게 더 춥게 느끼는 겨울 날씨입니다.

거리는 빨간 자선냄비가 보이는 12월입니다. 구세군의 종소리를

들으니 지난달 본 그 여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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