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경연대회가 있어서 지방엘 갔다.
대회를 마친 후 동행인들은 다음날까지 놀다가 오지만
아내는 두 딸과 남편이 못미더워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온다고 한다. 도착 시각은 근무 끝나고 만나면
될 적당한 때이다.
매양 보는 아내이지만 먼 곳을 다녀오니
마중을 나가면 좋아할 것 같아서 시간을 맞추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갈아타는 곳에 내려
이어지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다.
200W의 진공관 앰프를 끄지 않고 나온 것이다.
그냥 두면 과열되어 화재가 날지 모르는 일이라
돌아와 끄고는 급히 갔다.
애초에는 연락을 하지 않고 먼저 도착하여 차를 내리는 곳에서
기다리려고 했으나 그렇게 정신을 놓고 다니는 바람에
20분 이상 소비하여 연락하지 않으면 먼저 차타고
그냥 집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할 수없이 연락하였다.
먼저 도착하여 놀라게 하려는 의도가 그만 김빠진 맥주가 된 것이다.
터미널 역에 도착하니 아내가 먼저 도착하였다.
가을비가 내린 뒤라 기온이 떨어진 후의 첫추위에 떨며
정신없는 남편을 오히려 기다렸다.
나를 보자 얼굴에 미소가 만발한다.
항상 보는 아내이지만 이런 작은 데이트가 즐겁다.
백에다가 옷가지가 든 쇼핑백을 든 손이 첫추위에 곱아 보인다.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상의 일에 대해서 서로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웠다.
대회의 결과는 아주 잘 했는데 좋지 않았다고 한다.
자리가 나자 아내가 힘들다며 앉는다.
당연히 지가 앉아야지 내가 앉으면 다른 사람 욕한다.
애들은 저녁을 먹었다기에 저녁은 뭐로 먹을까 물었다.
“회에가 쐬주 한 잔 어떼?”
“그건 다음에 하고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따끈한 국물이 있는 걸로.”
“순대국집에 갈까?”
“그래.”
순대국에다 소주를 곁들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내도 소주 몇 잔 마시더니 내일 걱정을 한다.
작은 애가 내일 수련회를 가는데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며 술을 자제한다. 술 마시는 양은 거의 나와
같아서 같이 잘 마시는데 요즘은 아이들 때문에 많이 자제한다.
피곤한 가운데 술을 한 잔 하더니
집으로 돌아와 씻고는 바로 골아 떨어진다.
‘우씨, 그냥 자면 어떡 하냐?’
오늘 닭 쫓던 뭐 신세가 되었구나.
지붕대신 천장만 쳐다보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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